"다들 자동차를 좋아하시나요?"
필자는 운전을 못 하지만 그럼에도 차를 좋아한다.
단순히 멋있어서가 아니라 자동차가 담고 있는 미래 기술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동이라는 행위가 우리 각자의 세계를 확장시킨다는 점에 끌리게 되었다.
기분이 우울할 땐 차를 몰고 바닷가로 훌쩍 떠나는 일, 해외여행 중 대중교통으로는 닿기 어려운 장소를 자동차로 찾아가는 경험.
이런 순간들이 삶의 외연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자동차, 더 나아가 요즘 말로 '한국 모빌리티'의 미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킨텍스에서 4월 4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된 '2025 서울 모빌리티쇼'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모빌리티 업계의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무역의 어려움이 있다.
한국은 GDP의 약 90%가 수출입과 연관된 개방경제 구조를 갖고 있어 대외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모빌리티 산업은 해외,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정부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논의가 겹치면서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25 서울 모빌리티쇼
이런 위기 속 한국의 모빌리티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흐름은 '전동화'와 '지속가능성'이다.
전동화란 쉽게 말해 자동차를 기존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전기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로, 소프트웨어적으로는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통해 차의 기능을 실시간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자동차의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말한다.
요즘 많이들 들어보았을 ESG 경영이 모빌리티 업계에도 중요한 방향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마침 '2025 서울 모빌리티쇼'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글과 영상으로만 접하던 기업들의 전략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일산 킨텍스로 향했다.
이름처럼 '모빌리티'를 주제로 한 행사인 만큼 단순한 자동차 전시를 넘어 '미래의 이동'을 여러모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두 개의 부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내 자동차 기업의 신형 수소전기차 최초 공개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단연 수소전기차를 소개하는 부스였다.
거대한 전시장에 물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구조물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7년 만에 세계 최초로 공개된 수소전기차 가 자리하고 있었다.
수소전기차가 주행 중 물만을 배출한다는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연출이었다.
동시에 해당 기업이 수소 사업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수소전기차는 아직 시장 점유율이 낮지만, 현대차는 이를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의 정점으로 보고 수소 생태계 확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실제 실행 중인 전략이다.
부스 곳곳에서 수소 관련 기술과 계획들이 소개되었고,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수소 사업을 정관 목적에 명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현대차가 단순한 완성차 기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도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전동화를 넘어 수소 생태계로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환경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품에 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국내 자동차 기업과 전자기업의 합작 PBV 콘셉트카 '슈필라움 스튜디오'
이번에 눈길을 끈 건 모 전자기업과 협업한 콘셉트카 '슈필라움 스튜디오'였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차량 내부에는 전자 기업의 가전제품인 의류보관 기기, 커피머신, 냉장고 등이 탑재되어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가전들은 AI 기술과 결합하여 자동차 내부가 마치 효율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미래형 공간처럼 느껴졌다.
향후 이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활하고 경험하는 공간, 나아가 업무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됐다.
이런 모습이 가능한 이유는 이 자동차가 바로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운전자를 중심으로 자동차가 설계됐다면, 이제는 사용 목적에 따라 차량이 특화되어 제작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겼던 자동차의 개념에서 벗어나 차량 공간의 정의 자체를 새롭게 설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콘셉트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실제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며, 한국 모빌리티 업계가 미래를 향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25 서울 모빌리티쇼
'2025 서울 모빌리티쇼'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한국 모빌리티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뜻깊었다.
하지만 진정한 산업의 전환을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 시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일, 정부는 모빌리티 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2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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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전기차 보조금 제도의 확대, 자율주행 기술의 국가전략기술 지정, 글로벌 사우스 시장으로의 진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
필자가 정부의 모빌리티 업계 지원 정책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겉으로 보기엔 기업을 위한 정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일반 시민들의 삶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동차 회사의 직원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일이다.
한국의 모빌리티 기업들이 스스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더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면, 우리는 보다 활기차고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