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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전입신고, 이제는 어렵지 않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정확한 전입신고는 그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 방문, 전화, 온라인 등 전입신고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창구는 얼마든지 많으니,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민원인이 더 이상 전입신고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작년 9월부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부여 신청으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민원인이 크게 늘었다. 신축 아파트가 준공되고, 입주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차가 919세대, 2차가 930세대니 총 1849세대의 전입신고를 받아야 했다.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1차 입주 첫날이 기억난다. 다른 날보다 민원이 많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민원인이 한꺼번에 방문해 대기인원이 20명, 30명을 넘어갈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날 점심 식사를 건너뛴 채 대기 순번 줄이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고, 팀원 모두가 전입신고가 차례로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번호표를 뽑고 1시간 이상 기다리는 민원인이 답답함과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건 불가능했고, 민원인이 많이 방문할 거라고 예상되는 날은 여전히 두려웠다. 그렇게 9월 한 달 내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부여 신청을 받았다. 민원인은 지난번에 왔던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지만 하루에 100명 이상의 민원인이 다녀가기에 모두 처음 보는 사람 같았다. 팀원들은 본인의 일로도 바쁜 시기에 민원창구에 와서 전입 신고서 작성 방법을 안내하고, 쌓인 민원이 차례로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사전에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던 민원창구의 두 담당자는 주변의 도움으로 무사히 1차 아파트의 입주 지정 마지막 날을 넘겼다. 신청서를 모아둔 상자를 정리하며 이렇게 많은 전입신고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울컥했다. 주덕읍의 주민등록 담당자로서 방문 민원인의 전입신고를 받고 때로는 사실조사를 나갔지만 한 번도 전입신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전입신고는 실제 거주지로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사 온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나의 실거주지에서 지역 주민이 되어 건강보험, 교육, 복지서비스와 같은 공공 행정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기에 전입신고는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행정절차이다. 전입신고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바빠서 제때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들, 한곳에 오래 살았기에 이사를 간 경험이 적어 전입신고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다양한 경우가 존재하기에 읍 행정복지센터에는 전입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자주 온다. 그렇다면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이 전입신고를 어떻게 하면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을까? 방문신고 시 작성하는 전입신고서 서식 2종.(필자 제공) 전입신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이사 갈 주소지의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여 신분증과 전입지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부동산계약서 등)를 제출하면 된다. 온라인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정부24 사이트(https://www.gov.kr)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정부24'를 통해 간단한 인증 후 전입지 정보를 입력하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다. 전입신고를 통해 개인은 그 지역의 주민으로서 공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인구 통계를 산출할 수 있다. 인구의 이동, 가구의 수, 인구 밀도와 같은 정보는 그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공 서비스 정책 수립에 중요한 자료다. 전입신고를 통해 정확한 주민 정보가 확보되면 행정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주민을 대상으로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확한 전입신고는 그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 주민등록 담당자인 나조차도 전입신고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일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2023년 1월, 4700여 명이던 주덕읍 인구는 이제 7300명 가까이로 크게 늘었다. (2025. 2. 17. 기준) 한 지역이 인구 증가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그 과정에 있었던 공무원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이렇게 민원 담당 공무원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다가 빼곡하게 적힌 전입신고 서식을 보고 전입신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민원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오늘도 민원인의 전입신고서 작성을 안내하고, 온라인 전입신고 건을 처리하며 전입신고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행정절차가 바로 전입신고다. 방문, 전화, 온라인 등 전입신고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창구는 얼마든지 많으니,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민원인이 더 이상 전입신고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2025.02.18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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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환경을 보호하는 빨간우체통 'ECO우체통'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폐의약품과 폐커피캡슐이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망을 이용하여 분리수거가 된다고하니 우체통이이제환경보호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올해 여섯 살이 된 아들은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지만, 자는 모습은 특히나 더 사랑스럽다. 나에게 밤 11시는 하루를 마치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행복에 젖는 시간이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그 평화로운 시간에 종종 빨간불이 켜지곤 한다. 깊은 잠이 든 아이의 숨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거칠다 싶으면 다음 날 아침에는 십중팔구 콧물을 졸졸 흘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첫돌이 될 때까지 잔병치레라고는 하지 않던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고부터 환절기와 겨울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살기 시작했다. 감기가 낫는구나 싶으면 다시 옮아오고, 다른 친구에게 또 옮기고, 그 친구에게 다시 옮아오고. 겨우내 서로 감기를 옮고 옮기는 끝없는 도돌이표가 이어진다. 주변의 육아 선배들은 그러면서 면역체계가 형성되는 거라고, 자연스레 커가는 과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며 자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감기가 심해져 고생을 하기 전에, 초기에 잡아야 한다는 마음에 조금만 숨소리가 수상쩍다(?) 싶으면 바로 약을 먹이다 보니, 집에는 점점 약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약을 먹이던 중간에 증상이 바뀌어 못 먹이게 된 약, 비상용으로 사두었다가 사용기한이 지난 약 등. 처음에는 몇 개 되지 않아 선반에 올려두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버려야 할 약들은 점점 늘어났다. 폐의약품은 함부로 버리면 약의 성분이 토양, 지하수, 하천 등에 유입되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하니, 일반쓰레기로 버리지도 못하고, 보건소를 가자니 번거롭고, 동네 약국에 버리자니 어쩐지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느새 폐의약품들은 커다란 비닐 가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까지 쌓여 버렸다. 이 골칫덩어리들을 어떻게 치워야 할지 고민하던 중, 우정사업본부 누리집에서 반가운 뉴스를 읽게 되었다. 바로 'ECO(에코) 우체통'을 도입한다는 소식이었다. 우정사업본부는 2023년 1월부터 우체통 및 수거함을 활용한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본 서비스는 폐의약품을 우체통에 투함하면 우체국 집배원이 회수하여 소각 장소로 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종시를 시작으로 시행된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는 실시 이후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4년에는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2024년 11월 기준, 전국 49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시행되고 있다. 폐의약품은 기존 우체통에도 투함이 가능(전용 회수봉투 또는 일반봉투에 봉함 후 봉투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기재한 뒤 투함한다. 단, 물약은 제외)하지만 'ECO 우체통'의 도입으로,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CO우체통의 모습.(우정사업본부 제공) ECO 우체통은 일반 우편물과 폐의약품 투함구를 분리해 폐의약품으로 인한 일반 우편물의 오염을 방지하고, 투함구의 크기를 키워 투함 시 불편을 최소화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ECO 우체통에는 폐의약품뿐 아니라, 폐커피캡슐도 넣을 수 있는데, 폐커피캡슐은 사용한 원두 찌꺼기를 캡슐에서 분리한 후 알루미늄 캡슐만 전용 회수봉투에 담아 투함하면 된다.(단, 아직은 일부 제품만 가능하며 추후 이용 가능 제품 확대를 계획 중이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폐의약품과 폐커피캡슐이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망을 이용하여 분리수거가 된다고 하니, 우정사업본부가 국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환경보호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 그리고 벽장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폐의약품 가방을 보며 굳게 다짐해 본다. 다가오는 봄에는 저 골칫덩어리들을 반드시 치우고 말겠다고. 이제는 ECO 우체통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된 빨간 우체통을 이용해서 말이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내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우체통과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우체국에는 온갖 이야기를 담은 우편물과 택배가 가득하다. 이들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동화로 옮기는 중이다. 2025.02.13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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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책이 입을 열기까지 책이 입을 열기까지는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책이, 그러니까 누군가가 말이 더디다면 더욱이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소설이자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Roland Truffaut)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화씨 451도'는 책이 사라진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룬다.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책의 내용이 잘 드러난다. '화씨 451도'는 종이의 발화점(사실 종이의 발화점은 화씨 451도가 아닌 섭씨 451도다)을 뜻하는데 방화수들은 늘 시민들을 감시하고, 책을 발견하는 순간 그 전부를 태워버린다. 그리고 '화씨 451도'는 방화수 중 한 명이었던 주인공 몬태그가 책을 만나며 변화되는 과정에 대해 그리고 있다. '화씨 451도'가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다. 물론 방화수가 있는 것도, 책을 태워버리는 것도 아니지만 책은 제법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층뿐만 아니라 노년층까지도 일명 숏폼(short-form)에 중독되어 있다. 틱톡과 유튜브 숏츠와 같이 빨리 말하고 빨리 즐기는, 불과 60초가량의 영상들이 유튜브를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 속에즐비하기 때문이다. "불의 참된 아름다움은 책임과 결과를 없애 버린다는 데 있지. 견디기 힘든 문제가 있으면 화로에다 던져 버리면 돼"라는 소설 속구절은 이들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극도의 단절과 고립 또한 우리 사회의 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새삼 그러한 풍경 또한 책과 멀어진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로 생각해본다. 몇 년 전부터 문해력이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성인 문해력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기도 하였다. 책을 읽는 것이 생경하게 되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회적, 정서적 고독에 대한 뉴스들도 쏟아져 나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와의 만남을 의미한다. 물론 모두 매체가 일면 이러한 만남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책과의 만남은 느리고, 불편하고,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다. 국립중앙도서관 한 켠에 적힌 문구. "세상사에 시선이 따뜻한 사람이 시인이다. 시를 안써도 시인이다". 그 앞에 올해 출간한 첫 시집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어. 책이 입을 열기까지는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책이, 그러니까 누군가가 말이 더디다면 더욱이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다는 것에는 크나큰 많은 관심이나 정성이 요구된다는 것, 그리고 관심과 정성이 이내 큰 즐거움으로 돌아온다는 것. 그래서 좋은 독자는 곧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 도서관에는 유독 좋은 사람들이 많다. 도서관의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이용자들을 보면 늘 반갑고 기쁘다.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이기보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 이들은 도서관에서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가리지 않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책과의 만남을 통해더 깊고 풍부한 소통을 추구하는 이들이라 더 소중하고 귀하다. 올해 1월, 시집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어를 출간했다. 시집을 건네받고 기뻐하는사람들로부터시(詩)로 소통하는 또 다른 대화를 할 수 있음에 큰기쁨을 느끼는 중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사서로 사는 삶을 돌아본다. 나를 거쳐 간 많은 책들, 그리고 주위에 있던 수많은 도서관 이용자들과 함께.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어 지나쳐버린 수많은 겨울이 서툰 이별 앞에 서서 외면한 채차가운 시선에 마른 꽃을 피운다 생각이 생각을 줄 세우고 가리어진 가슴 언저리에서 먹물 같은 바람이 바닥에 누워 있다 흥겨운 밤이 넘실거리다 허물어지더니눈물 맺힌 아침이 찾아온다 잘 그려지지 않은 낯선 말들이질퍽거리는 종이 위로 튀어 오른다 - 한숙희 詩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어' ◆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국립중앙도서관 국제교류홍보팀 근무, 2021년 공직문학상 시 부문 은상 수상, 같은 해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우리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는 36년 차 사서이자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시로 구현해내는 시인이기도 하다. 2025.02.11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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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기행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 '동래읍성'에서 맛본 동래파전 동래파전 한 점에, 금정산성에서 빚은 막걸리 한잔 걸치니, 한두 시간 동래읍성과 역사관에서의 시간이 다시 머리와 가슴에 휘돈다. 내 마음 한켠에서 동래 부사 송상현과 어린 백성, 그 갸륵한 이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동래파전과 막걸리 한 잔 건넨다.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부산!'만큼 다양한 색깔을 지닌 도시가 있을까? 우리나라 제2의 수도 부산광역시는 시대별로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멋들어진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 야경을 더욱 빛내는 마린시티와 광안대교, 서핑의 성지 송정으로 대변되는 화려한 바다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글로벌 메가시티로 발돋움하는 도시가 부산이다. 허나 전후 세대들에게 부산은 동족상잔의 비극 6·25에서 살아남은 낙동강 이남 피란의 땅이자 전쟁 동안 임시수도였던 '피란 수도'의 땅이다. 영화에서 보았던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등 전후 피폐한 나라의 경제를 일으킨 경공업의 도시기도 하다. 부산만큼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인 도시가 또 있을까. 그래서일까? 100가지 지역문화를 엄선한 '로컬100'에 부산은 금정산성축제와 UN평화문화특구, 부산진구의 호천문화마을 등 무려 여덟 개의 콘텐츠를 이름 올린 문화의 도시다. 인천과 서울이 각각 5개, 대구가 6개의 콘텐츠를 보유한 것보다 훨씬 다양한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부산 곳곳에 있었단 말이다. 아름다운 바다를 에두른 휴양의 도시 부산, 그렇다면 한 세기 전, 아니 좀 더 거슬러 올라간 부산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답을 로컬100 '동래읍성지'에서 찾기로 했다. 이름처럼 부산(釜山)은 가마솥을 엎은 형태의 산이 많은 땅이다. 지금에야 유명 관광지가 된 감천마을, 호천마을 같은 산동네 마을들도 감당할 수 없이 많이 떠밀려온 피란민들이 산등성이에 보금자리를 만든 곳이다. 일본인 공동묘지의 묘비 돌들을 주춧돌 삼고 구불구불 산복도로 이어지는 풍경은 대한민국이 급성장 하는 내내 부산의 오랜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산의 옛 이름은 동래였다. 근대 이전까지 부산은 '동래부'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동래구를 포함해 연제구, 금정구 일대를 아우른 이른바, 동래권역 정도를 중심부로 했다. 조선시대에는 초량 쪽에 왜관(倭館)을 설치하면서부터 동래는 일본과의 무역 거점 도시로 크게 성장했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됐듯이 일본의 사신단이 조선으로 들어오면 수도 한성까지 안내하기엔 1592년(선조 25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의 기억이 너무도 참혹하여 동래에서 일본사신단을 맞이 하는데 그쳤다. 동래는, 아니 부산은 역사에 있어 일본을 빼고 논할 수 없다. 특히나 적들을 방비하기 위해 쌓은 옛 동래읍성은 그 태생 자체가 무려 천 년 전 1021년(고려 현종 12년)에 왜구의 노략질을 방어하기 위해 현재 수영구 망미동 일대에 쌓았던 성이다. 동래읍성.(필자 제공) 고려 말에 왜구의 침입이 갈수록 심해지자 1387년, 현재의 동래시장 일대로 옮겨진 성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임진왜란 최초의 격전지이자 안타까운 패전지로 기록되어 있다. 통한의 피눈물로 써간 그날을 고고히 증거하고 있는 동래읍성. 반세기 이상 무허가 건물과 경작지 등으로 방치된 동래읍성과 일대를 잘 정비한 지금은 시민들에게 멋진 휴식을 제공하고 지난 2007년에는 '동래읍성 역사관'을 개관해 각종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한적한 동래읍성 북문을 지나 북장대까지 오르는 성곽길은 산책으로 안성맞춤이다. 동래읍성 북문에서 북장대 오르는 길.(필자 제공) 크게 경사가 심하지도 않고 낮은 계단으로 잘 정비한 터라 남녀노소 누구나 걷는 데 무리가 없다. 한 10분 남짓 올랐을까?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장대의 전망은 두고두고 기억날 터다. 그리고 북장대에 서서 동래성의 상징이 된 한 사람을 오래오래 기억한다. 송상현(宋象賢) 이름 석 자. 더러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부산 사람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이름이겠지만모르는 이들이 더 많아서 안타까운 인물이다. 조선 초기에도 동래(東萊)는 군사적 요지로서 '죽음의 땅'이라고 불렸다. 조정의 미움을 받은 송상현은 동래부사로 취임해 전란의 방비를 서둘렀으나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만다. 오랫동안 조선과의 전쟁을 준비해 온 왜군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5월 23일(음력 4월 13일),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선봉대는 부산포에 상륙, 압도적인 화력과 병력으로 부산포를 함락한 왜군은 곧바로 동래성으로 진격했다. 음력 4월 28일, 일본군은 1만 5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동래성을 포위했다. 왜군의 기세를 일찌감치 파악한 병마사 이각(李珏)은 성 밖으로 도망치고 수비군은 흩어졌다. 왜병들은 성문 밖에 목패(木牌)를 세워 동래성의 항복을 유인했다. '戰則戰矣 不戰則假道(전즉전의 부전즉가도)' 즉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고 싶지 않으면 길을 빌려 달라!" 송상현은 이각 같은 졸렬한 장수가 아니었다. 그 역사 목패에 글을 써서 응수했다. '戰死易 假道難(전사이 가도난)' "싸워서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 부사 송상현과 성안의 사람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항전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조복(朝服)을 갑옷 위에 입고 임금이 계시는 북쪽을 향해 절한 송상현은 부모에게 남기는 시를 부채에 썼다. "외로운 성에 달무리지고, 주변의 진(부대)들은 베개를 높여 잠들었습니다. 임금과 신하의 의리가 무거우니 부모께 자식의 은혜는 가볍습니다" 왜적은 송상현이 항복하지 않을 것을 알고 그를 죽였다. 송상현의 충정에 감복한 적군 장수는 송상현을 죽인 자기 부하를 잡아 죽이고 송상현을 따라 순절한 첩 금섬까지도 동문밖에 장사 지내주었다고 한다. 이후 왜군은 부산포에 닿은 지 20일 만에 한성까지 한달음에 도달한다. 송상현이 목숨 바쳐 지키려 한 못난 임금 선조는 졸렬한 장수 이각과 똑같이 궁과 백성을 버리고 탈주한다. 훗날 충렬(忠烈)이라는 시호를 받은 부사 송상현. 그가 목숨을 바쳐 지키려한 이곳 동래읍성엔 초개같은 백성들도 그와 뜻을 같이했다. 동래읍성에 대한 갖은 자료가 잘 갖춰진 동래읍성역사관까지 다 둘러보고 동래파전집을 찾았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영남 사람들에게 가장 큰 사치는 동래에서 온천을 즐기고 파전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는 것이었다. 왜 동래파전인가,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부산 강서구 '대저토마토'에 이어 가장 유명한 특산물 '기장쪽파'의 영향으로 보는 게 설득력 있다. 1930년대 동해남부선 개통 이후 기장 지역 여성들이 기차를 타고 동래역전으로 이동해 기장쪽파를 팔기 시작하면서 동래파전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맵싸하면서도 달큼한 기장쪽파는 동래파전의 주재료. 지금 몇 대째 동래파전을 파는 식당도 지금껏 기장쪽파를 사용한다고 귀띔한다. 시금치 중에서도 바닷바람 맞은 키 작은 섬초가 더 맛있고, 섬에서 자란 방풍나물의 향취가 더 좋다. 땅끝 해남의 고구마와 배추가 당도 높은 것도 당연지사, 기장쪽파도 마찬가지다. 키는 조금 덜 자라도 옹골찬 기장쪽파와 부산의 풍성해 해산물이 교통편리한 대도시 동래에서 만나 동래파전이라는 작품을 만든 것이다. 동래파전은 다른 부침개들과 달리 기름의 맛으로 먹는 게 아니다. 반죽을 최대한 묽게 해서 젓가락 갖다 대면 쪽파 결대로 잘 찢어지도록 부드럽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식감을 중시하는 요즘에야 기름기 가득한 겉바속촉을 추구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동래파전은 100년 전 '옛날' 음식이다. 그래서 모양도 쪽파를 줄지은 대로 묽은 반죽을 끼얹고 각종 해산물을 얹은 네모난 형태다. 부산의 산과 바다를 한데 모은 맛이랄까? 녹진하고 꼬시고(부산 사투리로 '고소하다'는 뜻)맛있다. 동래파전 한 점에, 금정산성에서 빚은 막걸리 한잔 걸치니, 한두 시간 동래읍성과 역사관에서의 시간이 다시 머리와 가슴에 휘돈다. 네모 모양으로 다듬어진 동래파전.(필자 제공) 혹자는 동래파전이 동래성을 지키던 송상현과 백성들이 즐겼다고 하는데, 많은 학자들이 패한 전쟁에서 그럴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어쩌면 그러했기를 바라는 후대 사람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 마음 한켠에서 동래 부사 송상현과 어린 백성, 그 갸륵한 이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동래파전과 막걸리 한 잔 건넨다. ◆ 동래읍성지 ㅇ 주소|부산광역시 동래구 칠산동 ㅇ 문의| 051-550-4084 ㅇ 누리집 |https://www.visitbusan.net/kr/index.do ◆ 동래읍성역사관 ㅇ 주소|부산광역시 동래구 동래역사관길 18(복천동) ㅇ 이용시간|화~일 10:00~19:00 (휴일 매주 월요일) ㅇ 문의| 051-550-6634 ◆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KBS '한식연대기', 넷플릭스 '삼겹살 랩소디', 스카이트래블 '한식기행 - 종부의 손맛' 등 우리 식문화를 소재 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집필했다. 방송작가 22년 차지만 언제나 현역~! 지역마다의 고유한 맛과 멋을 알리는 맛깔난 글을 쓰고 싶다. 2025.02.06 이윤희 방송작가, 로컬문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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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정부·지자체 맞손으로 변화하는 육아 문화 올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을 국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기반이 되고 지자체는 정부의 정책을 넘어 시·구민들이 지역 사랑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문화 변화에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국민이 뽑은 정책 MVP는 무엇일까? 2024년 기획재정부 정책 MVP 중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위한 결혼·출산· 양육 세제지원'과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일·가정 양립 예산 역대 최대 규모 투자'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뽑은 두 개의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통계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며,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2025년은 양육정책 변화의 핵심(key point)이될 것이다. 20204년도 정책 MVP 선정 결과.(출처=기획재정부) 2025년 예산 중 일·가정 양립에 대한 예산을 지난해 대비 1조 7000억 원 증액한 4조4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육아휴직급여를 최대 250만 원까지 인상하고 맞벌이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도 확대하는 등 실제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책이 강화된 만큼 중요한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배우자 출산휴가급여 지원 기간이 기존 5일에서 20일로 확대되었으며, 육아휴직 동료 업무분담 지원금 신설 등의 정책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의 시도는 불안한 경제활동에 플러스효과로 나타나 인식을 변화시키고 아빠들이 육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탈바꿈될 것이다. 2024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이 남성이며 사상 첫 4만 명을 돌파하였다. 하지만, 경제적 불확실성과 가정마다 다른 육아휴직 사용 시기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각 가정의 특성과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의 나이에 따라 육아가 요구하는 시간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령별 육아비용을 보조할 수 있는 바우처나 지역 화폐와 같은 추가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초기 육아의 경제적 부담이 큰 만큼 0세부터 5세까지의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한 차별화된 재정적 지원이 지자체에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제주도는 출생 장려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첫 아이 출생 시 지원금을 기존 5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는 출생율 저조에 대한 대응책으로, 첫아이부터 지원을 강화하여 부모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를 낳은 부모를 대우하여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며 지역의 인구 감소와 유출을 막는 의도를 함께 담고 있다. 첫 아이 육아지원금은 5년에 걸쳐 분할 지급되며, 이는 부모급여와 함께 육아 초기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 가지는 아빠육아휴직 장려금이 지자체별로 상이한 현 상황에서 이를 전국적으로 통합하여 모든 아빠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 중 하나로 정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전시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아버지는 외벌이로 인한 경제적 상황을 고민하다 육아휴직 급여가 250만 원으로 오른다는 소식에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용기를 내었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에는 있는 아빠육아휴직 장려금이 대전시에는 없는 것을 알고 많이 아쉬워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지자체에서는 지역에 대한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인구 유지와 인구유입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 정책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반면 가장 적극적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부산시이다. 부산시의 수영구를 포함한 몇몇 자치구들은 육아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육아아빠단을 운영하거나 올해 시행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러한 지역적 노력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고, 가족 내 역할 분담을 더욱 균등하게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하며, 모든 지역에서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빠의 육아 참여는 단순히 가정 내 평등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문화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일·가정 양립의 핵심사항이다.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해 빠르게 퇴근 후 아버지교육을 듣는 남성 양육자들.(필자 제공) 이미 결혼, 출산을 계획하는 개인의 인식은 함께 양육하는 것으로 많이 변화 되어 가고 있지만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구시대적 발상으로 뒤처져 있다. 육아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나누어야 할 책임이자 기회이며, 이를 위해 지자체는 문화적 변화에 반드시 앞장서야 한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더 큰 중요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가정의 경제적 상황과 육아 환경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의 나이나 가구의 소득에 따라 바우처 형태의 추가 지원이나 지역 화폐 지급과 같은 재정적 보조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부모들이 육아와 경제적 부담을 균형 있게 분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올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을 국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해이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기반이 되고 지자체는 정부의 정책을 넘어 시·구민들이 지역 사랑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문화 변화에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2025년, 대한민국은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고, 더 나은 양육 환경을 조성하여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저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5.02.04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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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나이 듦과 배움이 공존하는 캠퍼스 속 작은 마을 UBRC는 대학과 연계하여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내 또는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며 평생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주거단지를 의미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대학의 폐쇄 위기를 타개하는 동시에,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즐거운 설 연휴가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노년기로 접어든 이들에게 새해 계획은 더 특별할 것이다. 특히 노년층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 배움은지금까지의 안정을 깨는 효과로이어지진 않을까 염려가 더 클 수 있다. '딱히 새롭게 뭔가도전하지 않아도 잘 지내왔는데, 굳이 이 나이에 더 배워서 뭘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년을 더 알차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꾸준한배움과 도전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편하고 안주하는 마음은 무기력, 기억감퇴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쇠퇴를 동시에 초래하며 특히 지방 대학의 폐쇄 위기와 지역 경제의 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대학연계형 고령친화 주거단지(UBRC, University-Based Retirement Communities)' 조성 사업과 관련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UBRC는 대학과 연계하여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내 또는 인근 지역에서 거주하며 평생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주거단지를 의미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경험하는 대학에 새로운 교육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혁신적 모델이다. UBRC 사업을 통해 고령자는 새로운 교육의 기회와 일상적 생활돌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지역사회와 대학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디애나 주립대(Indiana University Bloomington)와 연계한 고령친화 주거단지 사례인 Meadowood Retirement Community는 1980년대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인 대표적 UBRC이다. 자립적 고령자를 위한 자립형 주거시설과 전문적 요양·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를 위한 단기재활센터 및 전문요양시설까지 모두 갖춘 미도우드(Meadowood)는 입주 고령자를 위한 의료·건강 서비스와 생활편의 및 여가·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디애나 주립대 학생들은 대학의 교육학과, 보건학과, 체육학과 등에 개설된 실습·인턴십 프로그램을 미도우드입주 고령자 대상으로 진행한다. 미도우드입주 고령자는 학교 시설을 함께 사용하며, 개설된 수업과 동호회 활동을 통해 학생과 교류한다. 대학은 개발부지를 제공하고, 사업이 정착되기까지 직접 운영하였으며, 현재는 전문 위탁운영 관리업체를 통해 운영 중이다. 인디애나 주립대 보건학과에 개설된 운동요법(Kinesiology) 현장실습 과정(Meadowood UBRC 입주 고령자 대상 낙상방지 등을 위한 신체능력 증진 프로그램에 대한 대학생들의 실습수업).(필자 제공/출처=https://careers.publichealth.iu.edu/) 정부는 UBRC 조성을 위한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재정적 지원 확대와 대학·지자체간 협력 촉진 등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의 고령자 주거 지원 정책,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의료·돌봄 정책, 교육부의 대학 혁신 지원 정책을 연계하여 UBRC가 대학과 지역사회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고령층의 교육 수요를 반영한 교과과정 개발, 지역과 연계된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UBRC 입주자들에게 캠퍼스 시설을 개방하고, 젊은 학생들과의 세대 간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보다 포용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UBRC는 대학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역의 의료·복지 인프라와 연계하여 거주자들이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및 문화 프로그램 연계 등을 통해 지역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UBRC 조성은 특히 고령층이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적 참여와 자아실현을 촉진하고, 대학은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과 지역 내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대담할 때가 있고, 조심할 때가 있다. UBRC 조성은 저출산과 초고령화라는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혁신적 정책으로, 정부와 대학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책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통한 성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2025.01.24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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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투자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 투자교육의 관건은 무관심층을 어떻게 끌어 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자사의 퇴직연금제도를 철저히 이해시키고, 투자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전한 위기감을 부추길 필요도 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2023년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상용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714만 4000명으로, 적립금액은 382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그동안 DB(회사책임)형 중심으로 증가해 오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DC(가입자책임)형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말 적립금 기준 유형별 비중을 보면, 연금자산 운용의 책임을 회사가 지는 DB형은 53.7%로 낮아진 반면에 가입자가 운용의 책임을 지는 기업형DC와 개인형DC라고 할 수 있는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합친 비중은 46.3%로 늘어났다.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이미 DC형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 56.5%를 차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퇴직연금 시장은 DC형 중심으로 바뀌어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퇴직연금제도를 신규로 도입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부분 DC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기존 DB제도 도입기업 중에서도 DC제도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퇴직하는 직장인들 중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개인형 DC인 IRP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참고로 퇴직연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보면 1980년대까지만 해도 30%대에 지나지 않았던 DC형의 비중이 최근에는 70% 가까이로 높아졌다. 문제는 이렇게 DC형 퇴직연금의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연금투자 교육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투자능력 부족에 따른 운용실패로 근로자의 노후 빈곤화 문제가 발생하거나, 근로자들 사이에 운용수익률 차이가 커서 새로운 불공평이 조성되고, 이것이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DC형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근로자) 스스로가 연금자산을 운용하고 수익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가입자가 지는 자기책임형 연금이다. 국내 증권기업에서 퇴직연금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여 설명하고 있다.2023.10.18.(ⓒ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따라서 가입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가입자에게 일정수준의 투자지식을 필요로 하며, 투자교육을 통해 가입자의 투자이해도를 높일 책임은 사업주 즉, 기업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보면 인터넷을 통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입자들의 관심부족, 교육내용의 어려움 등으로 교육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하게 표현한다면 DC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근로자 대상 투자교육 노력은 제로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에서 투자지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DC형 퇴직연금 도입 환경으로서는 최악의 환경인 것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즉, 근로자들은 투자상품 운용에 대한 지식도, 자신감도 없다 보니 연금자산의 80% 가까이 수익률 낮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넣어놓고 있다.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본래 기업이 져야 할 연금자산 운용리스크를 근로자에게 전가시킨 퇴직연금 도입기업의 각성이 필요하다. 책임감을 갖고 근로자들이 연금투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투자지식과 우량금융상품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교육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DC형을 도입한 기업은 적어도 운용을 잘못한 책임이 근로자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또한 개개인의 투자능력 향상이 근로자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DC형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노후설계에 대한 인식을 바꿀 뿐 아니라 투자지식 수준을 높여 경제를 보는 눈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능력은 투자지식과 실행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투자지식 자체는 영어나 수학 공부하듯이 일단 지식으로 배워야 한다. 그런데 100명이 영어, 수학을 배웠다고 다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자지식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적성에 안맞는 사람, 지식이 없는 사람을 위한 상품준비도 해야 한다. 또, 지식이 있다고 반드시 투자에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지식이 있어도 플러스알파 요인이 없으면 선뜻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을 행동하게 하려면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전문가를 만나 직접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한 방법이다. 연금투자교육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근로자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두도록 하는 일이다. 바꾸어 말하면 투자교육의 중심은 무관심층을 박멸하는 데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관심만 두도록 하면 정보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내버려둬도 스스로 배울 수 있다. 결국, 투자교육의 관건은 무관심층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자사의 퇴직연금제도를 철저히 이해시키고, 투자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어느 때는 건전한 위기감을 부추길 필요도 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 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2025.01.21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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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병아리를 키우는 마음으로 6년 전, 신규였던 나는 선배 공무원들의 가르침과 동료들의 격려로 직장 생활에 무사히 적응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초심'이다.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 위해 내 안에 병아리를 키우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일하고 싶다.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무섭도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항상 새해 첫날에는 사무실에 나와 올해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작년 서류들을 묶기도 하며 반성과 고민의 시간을 가졌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들을 통해 많은 성장을 했다고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면 문득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공직자로서 나는 처음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 공무원으로 발령받은 첫날이 떠오른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과 함께 부푼 기대감을 가득 안고 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했다. 내게 처음 주어진 업무는 사회복지 업무였다. 더군다나 곧 있으면 행사인데, 그 담당자가 이제 나라고 한다. 5일 뒤면 열릴 경로 행사 준비를 마무리하면서 나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 우리 동의 동민들이 그날 하루만큼은 마음껏 웃고 이야기하며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신규 공무원이었던 나는 의미 부여하기를 참 좋아했다. 그때는 무슨 일이든 다 커다랗게 느껴졌다. 복지 업무 담당자로서 내가 하는 일은 신청서 접수가 대부분이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들의 삶에 들어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더 쾌적하고 편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행정복지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지 고민하는 일이 즐거웠다. 모든 신규 공무원이 그렇듯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을 많이 알지 못해서 더 힘들었다. 이런 마음가짐이 오래도록 유지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함'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신청서를 접수하는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 처음의 다짐은 점차 무뎌지기 시작했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 속에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던 나였는데조금씩 실수에 대한 긴장감은 약해지기 시작했고,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한 소명 의식도 잃어 갔다. 어떤 교육에 참여해도 민원을 신속하면서도 공정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배웠지만 쏟아지는 업무의 틈에서 어느새 내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물론 경험은 일한 시간과 비례해 점점 쌓여갔지만 내 머릿속은 처음의 마음을 잊어가고 있었다. '공직자로서 이런 해이한 마음가짐으로 계속 일을 해도 되는 걸까?' 끊임없이 되물으며 마음을 살폈다. 마음을 잡고 일을 하다가도 흐트러지고 해이해졌다. 그러던 중, 최근에 옆자리에 신규 직원이 배치되었다. 임용된 지 3개월 된 새내기 직원이 민원을 응대하는 모습을 보며 6년 전의 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증명서 발급 민원 업무를 한 지 이제 열흘이기에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업무에 대한 의욕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신규 주무관님은 작은 일이라도 고민이 되면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지를 내게 물어봤다. 신축 아파트 전입신고 업무로 한숨 한 번 내쉴 틈 없이 바쁜 요즘, 번호표를 뽑고 오래 기다린 민원인의 이유 없는 짜증에도 환하게 웃으며 민원 응대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은 내 안에 질문을 만들었다. '나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지. 그때 그 마음은 어디로 간 걸까?' 신규 주무관님 창구에 붙은 양해의 안내문. 귀여운 병아리가 인상적이다.(필자 제공) 처음의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 업무를 맡으면 의욕이 생기다가도 반복되는 일상에서 설렘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하지만 초심이란 건 완전히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고 싶을 때 불쑥 나타나 나를 다시 일으켜주곤 한다. 민원 업무는 일상적인 업무이지만 이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은 절대 작지 않다. 민원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민원인의 궁금함을 속 시원하게 해소해주었을 때 웃음 짓는 민원인을 보면 내가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에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초심은 이런 작은 순간들 속에서 피어오른다. 시간이 지나고 신규 공무원의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후배 공무원이 생겼다. 6년 전, 신규였던 나는 선배 공무원들의 가르침과 동료들의 격려로 직장 생활에 무사히 적응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초심'이다. 많이 배우고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했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기 위해 내 안에 병아리를 키우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일하고 싶다. ◆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2025.01.16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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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우체국의 극성수기, '명절특별소통기간'을 추억하다 이번 설 명절에는 파손되는 우편물이 없이, 우편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마음을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전달하는 이도 모두 행복한 설 명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얼마 후면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우체국에 입사하기 전까지, 설날과 추석은 모처럼 푹 쉴 수 있는 꿀맛 같은 '연휴'를 의미했다. 설날과 추석이 든 달이면, 달력의 빨간 글씨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얼른 연휴가 되길 손꼽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우체국에 입사한 이후로는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우체국에서의 민족 최대 명절은 곧, 일 년 중 가장 많은 택배 물량이 접수·배달되는 '특별소통기간'을 의미했다. 특별소통기간에는 평상시보다 30% 정도 증가한 택배 물량이 이동한다. 우편물을 접수하는 우체국 우편 창구도, 우편물을 구분하여 운송하는 집중국과 물류센터도, 우편물을 분류·배달하는 집배원도, 모두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야말로 우체국의 극성수기라 할 수 있다. 명절특별소통기간에 우체국을 가득 채운 소포들.(필자 제공) 평소보다 물량이 많아지다 보니, 파손되는 소포 수도 늘어난다. 그중 아이스박스로 포장된 택배는, 그 안에 들어있는 물품의 특성-주로 냉장·냉동 음식물이 들어있고, 국물이나 아이스팩에서 녹아서 생긴 물이 차 있다- 때문에 파손 시 수습이 어려운 품목 중 하나이다. '아이스박스 파손'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반 전인 2022년 추석, 지방의 한 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특별소통기간이 되면 우편집중국의 소포구분기계는 밤낮없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몇몇 직원들이 기계 공급부에서 컨베이어벨트 위로 우편물을 올리면, 우편물은 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가다가, 지역별로 구분되어 내려온다. 또 다른 직원들은 각 구분 칸에 서 있다가 롤러를 타고 내려오는 우편물을 받아서 팔레트에 적재하고, 팔레트를 운송 차량에 실어 보낸다. 특별소통기간에는 각 구분 칸으로 우편물이 끊임없이 내려오기 때문에, 기계가 가동되는 동안은 쉴 새 없이 우편물을 받아내야 한다. 옆도 못 돌아보고 우편물을 받아서 싣고, 받아서 싣고,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려오던 우편물이 멈춰버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컨베이어벨트 중간 구역에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물량이 한참 남았는데 기계가 왜 멈췄대요?" "아이스박스 뚜껑이 열렸는데, 안에 들어있던 문어가 기어 나와서 벨트 위에 붙어버렸대요." "문어요?" "네, 얼마나 딱 붙었는지 지금 기계팀에서 두 명이 올라가서 떼고 있는데 엄청 안 떨어지나 봐요." 처리해야 하는 물량은 산더미처럼 남았는데, 기계에 붙어버린 문어는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니, 딱한 일이었다. 기계 아래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은 마음은 급한데 상황이 우스워 헛웃음 지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문어는 다시 아이스박스에 담겼고, 그제야 다시 기계가 가동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하루는, 열심히 우편물을 받고 있는데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시큼한 냄새가 나는 물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앞쪽 구역에서 다급히 "기계 멈춰요!"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던 아이스박스가 넘어지면서 뚜껑이 열렸는데, 안에 들어있던 열무 물김치가 쏟아진 것이었다. 컨베이어벨트 틈틈이 무청이 끼어버린 탓에, 출동한 기계팀 직원들이 무청을 제거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나머지 직원들도 바닥에 떨어진 국물을 닦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문어가 빠져나왔을 때도, 무청이 끼어버렸을 때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문어 사건' 때는 그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면, '열무 물김치 사건' 때는 마음 한편이 짠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 엄마가 나에게 보내주시던 택배가 겹쳐 보여서 그랬을 테다. 첫 발령을 2시간 거리의 우체국으로 받아 타지에서 관사 생활을 하게 되었던 때, 엄마는 매주 반찬을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셨다. 직접 삶고 까서 만든 메추리알 조림-잘 벗겨지지 않는 껍질을 까느라 흠집이 난 표면을 보며, 그 작은 알 하나하나 껍질을 까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먹기 쉽게 일일이 가시를 모두 발라낸 코다리조림, 기름을 모두 건져내 깔끔하고 담백한 육개장 등 어느 하나 정성이 안 들어간 것이 없는, 사랑으로 꽉꽉 채워진 택배였다. 그 택배는 항상 아이스박스에 우체국 상자를 덧씌운 이중포장이 되어 있었다. "엄마, 아이스박스 채로 보내도 되는데, 왜 상자를 써요?" "가다가 부서질까봐 그러지." "아이고, 괜찮아요. 그냥 보내주셔도 되요." 당시에는 아이스박스만으로 충분한데, 왜 2중포장을 해서 보내실까 싶었는데, 집중국에 근무하고야 알게 되었다. 아이스박스는 생각보다 잘 부서지거나, 붙여놓은 테이프가 잘 떨어져서 뚜껑이 열리기 쉽다는 것을. 그리고 2중으로 꼭꼭 포장한 택배는, 정성스레 만든 반찬이 딸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란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열무 물김치가 쏟아져 내렸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들었던 것 같다. 그날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진 것은, 단순한 물김치가 아닌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정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설 특별소통은 1월 13일부터 2월 4일까지 23일간 이어진다. 우정사업본부는 특별소통 기간 중 전국에서 약 2026만 개(하루 평균 145만 개)의 소포우편물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한다. 설 명절 소포우편물이 안전하고 정시에 배송되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다. ▲부패하기 쉬운 어패류, 육류 등은 아이스팩 포장 ▲부직포·스티로폼·보자기 포장 물품은 종이상자 등으로 재포장 ▲우편번호, 주소 등은 정확하게 쓰고 연락이 가능한 전화번호 기재 등이다. 이번 설 명절에는 파손되는 우편물이 없이, 우편물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받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기를, 그래서 그 마음을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전달하는 이도 모두 행복한 설 명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설명절 소포우편물의 안전한 배송을 위한 3가지 당부사항.(우정사업본부 제공)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내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우체통과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우체국에는 온갖 이야기를 담은 우편물과 택배가 가득하다. 이들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동화로 옮기는 중이다. 2025.01.14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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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단상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혼잣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도서관만은 또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사라질 것들에 매달리는 집착이나 애착 때문일 테니까.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숨 가쁘게 달려왔던 2024년도 과거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다시 넘겨 2025년도를 맞이한다. 책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언제든지 지난 페이지를 되돌려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기술의 혁신과 매체의 발전 속에서도 책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이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집착이고 좋게 이야기하자면 애착인 그 매달림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도서관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이따금 그 풍경을 괜스레 들춰본다. 기억이 나지 않는 내용을, 혹은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문구를 찾아보기 위해 페이지를 들추는 이용자가 되어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5년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하였다. 1945년 10월 15일 개관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용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개관 초기에는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설치 운영하던 열람실을 존속시켜 운영하였으나, 선진 도서관 사상을 바르게 도입하여 기존의 열람실을 폐지하였다. 긴 세월이 걸리기는 하였지만, 공부방으로 대변되는 도서관의 이미지를 벗고 자료 이용 중심의 정보센터로 꾸준히 추진하여 1996년에 도서관의 공부방 문제가 해결되었다. 개관 당시 열람 요금은 20전이었다가 1972년에 10원으로 인상되었고 1983년에 전면 폐지되었다. 입관료 폐지는 평생교육과 문화보급의 산실인 도서관의 중요한 기능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국민에 대한 서비스 향상을 위하여 이용자 여론 조사를 최초로 실시한 해는 1969년, 그 결과에 따라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여 폐지된 제도가 하족장(下足場) 제도였다. 이용자가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지하 1층에 있는 하족장에서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하는 제도였다. 이용자를 번거롭게 하고 여럿이 갈아 신는 슬리퍼의 위생과 관리 문제 등 불편한 점으로 폐지하고, 이용자가 1층의 현관을 통하여 도서관으로 입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전시에서나 볼법한 도서관 카드 목록함을 떠올려본다. 이용자의 손때만큼 사서의 손때도 가득했던 물건이다. 도서관에서 사라지고 있는 목록함은 어디에 있을까? 사서의 주된 업무 중 목록 카드를 정리하는 것이다. 도서관 책 분류가 끝나고 카드를 출력하고 나면 목록 카드를 000, 100, 200~900 두부판에서 자른 두부처럼 나누어한 모씩 받아 들고 목록함에 가서 목록함에 있는 봉을 빼고 청구기호에 따라 목록 카드를 꽂았다. 그 서랍을 닫을 때면 언제 다시 그 추억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는데, 추억의 한 켠에 머물러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2층문화마루에전시되어있는 목록함. 언제부터인가 도서관 정문 계단 옆에 자리하고 있던 빨간 우체통도 사라졌다. 세월의수상함을 느꼈다. 더 이상 페이지를 들추게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하였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도서관만은 또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혼잣말을 하기도 한다.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사라질 것들에 매달리는 집착이나 애착 때문일 테니까. 우체통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소식을 듣고 생각했지 그때의 시간은 사라질 것이라고 머뭇거림이나 설렘이나 기다림도 펜과 종이, 종이와 봉투, 봉투와 우표 그리고 손과 손 사이에 만들어 내는 공간, 숨이 턱에 담을 즈음이면 잠시 몸을 누이던 틈새도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다시 만난 우체통 하나 우체통 앞에 달린 어수룩한 말 느린 우체통만큼이나 늘어진 서체를 1년이 지나서야 편지가 도착한다고 했었지 느린 편지를 넣으려고 멈춘 자리에서 우연한 아름다움을 발견했지 겨울이 가려 하는지 빨간 우체통과 등대가 만들어 낸 태없는 풍경이 그리움조차 말이 없어질 무렵 편지가 도착하겠지 멈추는 법을 잊을 즈음 그 겨울 바다가 일러 주겠지 등대의 불빛과 우체통의 소식 나그네처럼 떠나버린 그 이야기, 시간을 돌아 돌아오겠지 - 한숙희 詩우체통 하나를 보았지 집으로 가는 길에 촬영한 빨간 우체통. 도서관에서사라진우체통을 떠올리게 한다. ◆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국립중앙도서관 국제교류홍보팀 근무, 2021년 공직문학상 시 부문 은상 수상, 같은 해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는 35년 차 사서이자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시로 구현해내는 시인이기도 하다. 2025.01.09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