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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최대 국경일은 7월 14일, 즉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다. 매년 이날이 되면 수도 파리에서는 군사 퍼레이드, 기념식, 축제가 대대적으로 열린다. 프랑스 대사관이 있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이날을 기념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프랑스-한국 상공회의소 주최로 프랑스 혁명 기념식과 축제가 서울의 한강 세빛섬에서 지난 7월 12일 저녁에 열렸다(올해 7월 14일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이틀 앞당겨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프랑스 사관생도들이 부르는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가 울려 퍼졌다.
가사 1절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Allons enfants de la Patrie,
Le jour de gloire est arrivé!
Contre nous de la tyrannie,
L'étendard sanglant est levé!
가자, 조국의 자녀들이여,
영광의 날이 왔다!
우리를 향한 폭정에 맞서,
피의 깃발이 올랐다!
강렬하고 ‘살벌한’ 표현으로 가득 찬 ‘라 마르세예즈’의 가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용기와 결의를 다지며, 프랑스 국민들에게 혁명 정신을 고취시키는 내용인데 프랑스 혁명 당시의 격동적인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마르세예즈(Marseillaise)’는 문자 그대로 프랑스 남부 지중해의 주요도시 마르세유(Marseille)의 (여성)형용사이다. 즉, ‘마르세유의’라는 뜻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라 마르세예즈’는 ‘마르세유의 노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 국가가 마르세유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프랑스 혁명(1789~1799)은 현대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사건 중 하나로, 프랑스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유럽 전역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혁명의 시작은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점화되었다. 혁명은 주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불만에서 비롯되었다. 즉 루이 16세의 재정 악화, 귀족과 성직자의 특권, 그리고 부르주아 계급과 농민들의 불만이 혁명의 주요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 혁명은 절대 왕정의 종식과 공화정의 수립을 목표로 했으며,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내세웠다.
유럽의 전제왕국들은 프랑스 혁명 이념이 확산되면 자국의 왕권과 사회질서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혁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러한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이리하여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주요 왕국들은 제1차 대프랑스 동맹을 결성하여 프랑스에 맞서 군사적 대응을 시도했고 이에 프랑스는 단호하게 맞섰다. 1792년, 프랑스는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프랑스 북동부 라인강 국경선을 방어하던 프랑스의 라인 군단은 오스트리아군의 침공에 대비했다. 당시 이 지역의 전략적 요충도시인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의 시장 프레데리크 드 디트리히(Frédéric de Dietrich)는 혁명군의 사기를 높이고 단결을 촉진하는 애국적인 군가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혁명군 장교이자 음악가며 시인인 클로드 드 릴(Claude J. R. de Lisle 1760~1836)이 병영에서 즉시 작사 작곡했는데 제목은 ‘라인 군단을 위한 전투 노래(Chant de guerre pour l'Armée du Rhin)’, 이를테면 ‘라인 군단 군가’였다. 이 군가는 처음에 스트라스부르에서 혁명군과 시민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다. 이어서 마르세유의 애국집회에서 프랑수아 미뢰르라고 하는 젊은 의용군이 이 군가를 불렀고, 1792년 7월 30일에는 마르세유 의용군이 이 군가를 부르며 파리로 행군했다. 이런 연유로 이 군가는 ‘라 마르세예즈’라는 제목이 붙여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라 마르세예즈’가 이탈리아 음악가의 작품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사실 혁명 이전 프랑스 궁정에서 활동하던 이탈리아 출신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비옷티(G.B. Viotti 1755~1824)가 작곡한 ‘주제와 변주 C장조’의 선율이 ‘라 마르세예즈’와 동일하다. 2013년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리몬다는 이 곡의 악보 표지에 ‘1781년 작곡’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라 마르세예즈보다 이미 11년 전에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표지는 나중에 붙여진 것으로 보이고 1795년에 출간된 비옷티의 ‘라 마르세예즈’의 변주곡들 악보에는 ‘아래의 사중주곡은 결코 내가 작곡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석이 달려있다.
어쨌든 프랑스 혁명 와중인 1792년에 탄생한 ‘라 마르세예즈’는 1795년 7월 14일, 공식적으로 프랑스 국가로 지정되었다. 프랑스 국민들에게 자유와 애국심의 상징이 된 ‘라 마르세예즈’는 오늘날에도 프랑스 국가로 크게 사랑받고 있다.
[음악듣기]
(1)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llaise)’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cultureb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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